프리모레비, 이것이 인간인가-인간성에 대한 회의와 기록
끄적끄적 철학하기[프리모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인간성에 대한 회의와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레비 저, 돌배게
참혹한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속에서는 체념, 우울, 자기연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어두운 감정이다. 그러나 나치부대나 독일 정권에 대한 분노 담긴 이야기는 외려 찾아보기 힘들다. 프리모 레비는 당시 보고 느꼈던 자신의 삶의 일부를 그대로 담담하게 기술하였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우슈비츠의 처절한 현장 속에서 입소 후 근 시일 내에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나치정권과 파시즘의 잔혹함을 체감케 한다.
강제 노역과 부실한 식사, 구타 그리고 가스실로의 선발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간다. 수용소 내에서, 그들을 짐승 취급하는 규칙들을 따르지 않으면 유대인들은 구타를 당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롯이 시킨 대로 열심히 일하고 주어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 살 수 없다. 석 달 이상 살아남는 유대인 생존자들은 주어진 규칙을 성실히 따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재치고, 강자들에게 비열하고도 영악한 방식으로 비비적댄 사람들만이 오래살 수 있다.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먹으면 버티지 못 할 상황이었기에, 수감자들은 인간성을 포기하고 조금 더 많은 빵과 죽을 얻으려 하였다.
그것이 프리모 레비가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인간성에 대해서 성찰을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유대인들을 사지로 몰아넣으며 무감각하게 살인을 자행하고 있는 나치대원은 확실히 인간성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그 뿐 아니라 같이 수용된 유대인들의 처절하고 용렬한 행동들 또한 인간성 상실의 표본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짐승의 세계가 바로 수용소였다. 그곳에서는 인간임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조차 힘들며 머지않아 그들은 자신이 인간임을 망각하고 노예나 짐승처럼 부려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수용소 내에서 레비는 화학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따뜻하고 편하게 일을 하기도 하였고, 병동인 카베에 가서 먹고 자기만 하는 생활을 하며 육체적인 힘듦을 피하기도 한다. 죽음이 코앞에 닥쳐오는 짐승 같은 생활을 벗어나자 그때서야 그는 조금씩 자신이 인간임을 자각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사실 프리모 레비는 낙관주의자들의 안일한 생각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자신을 감싸는 불행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관심을 돌려놓음으로써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려 시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때 레비를 계속해서 괴롭힌 의문은 ‘과연 지금 이 사람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다. 자서전은 『이것이 인간인가』 라는 제목부터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자조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억압받는 피지배계층이 서로를 누르고 학대하는 모습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것이 '이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인가' 라는 쓸쓸한 조소를 자아내게 하였다.
홀로코스트를 겪으면서 인간성에 대한 회의를 담은 책 ‘이것이 인간인가’는 독일 부대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의 진실과 함께 인간성에 대한 고찰 또한 남겨준다. 극도의 불안감과 인간성 상실의 위기를 꾸밈없이 사실 그대로 서술한 프리모 레비는 ‘시대의 증언자’ 라고도 불린다. 그는 그의 책이 역사적 사료의 일부분이기를 원했고, 그렇기에 책을 기술하는 그의 태도는 심판자가 아닌 목격자, 증언자, 기록자의 태도였다.
'끄적끄적 철학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아이,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는 법 (0) | 2018.11.20 |
---|---|
요가에 대한 궁금증-요가철학에 대해 알아보다 (1) | 2018.11.16 |